발간물PUBLICATION

이슈페이퍼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연구원의 발간물입니다.

현안과 정책 제185호_안현효_고등교육의 개혁 과제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7-07-17 09:15:27
  • 조회수 : 1294
현안과 정책 제185호
고등교육의 개혁 과제
안현효 (대구대학교 교수)
고등교육개혁, 즉 대학개혁은 사교육의 병폐, 공교육의 피폐화, 추격형 모델의 한국경제의 한계, 4차 산업혁명, 학령인구 감소 등 여러 이유 때문에 긴급한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의 중심에 있는 것이 대학의 서열체제이기 때문에 대학교육에서 정부의 책임을 확대하면서 서열체제를 완화하는 것이 정부의 주요 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립대 네트워크 정책과 공영형 사립대를 통한 대학의 공유 네트워크 수립이 필요하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대학 공유 네트워크의 주요 내용인 공동입시, 공동교육과정, 공동학위 문제를 한 단계씩 도입하고 추진하여야 한다. 대학입시는 진학으로 그 개념이 바뀌어야 하며, 대학의 교육과정인 교양교육과 전공교육의 관계를 고려하고, 기초학문전공과 응용학문전공의 다른 속성을 충분히 이해한 후 대학연합의 교육과정 개혁을 추진하여야 한다.
 
대학개혁의 필요성
 
대학개혁의 필요성은 여러 가지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는 사교육의 병폐다. 사교육비는 2014년 통계청자료에 의하면 18.2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일부 민간 연구기관에서는 약 30조원으로까지 추정한다. 더 큰 문제는 사교육이 공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왜 사교육이 팽창하는 것일까? 그것은 좋은 대학가기 위해서이다. 서열화 된 대학체체가 원인이다.

이 문제는 둘째의 문제로 이어진다. 즉 학력저하다. 지금 필요로 하는 능력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력이다. 하지만 서열화 된 대학체제 때문에 순위를 정확히 따질 수 있는 객관식 시험이 요구된다. 국민들이 수학능력시험을 선호하는 이유는 수험생의 서열을 매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서열화 된 대학체제에 들어가는 것을 수긍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객관식 평가 체제를 바꾸지 못하다 보니, 공교육 자체가 창의지성교육에 실패한다. 비록 최근 혁신학교의 실험에서 초중등교육에서 새로운 교육실험이 이루어지고 많은 성과를 보여주었지만, 고등학교에 오면 입시교육으로 전환되고 만다. 사실 학력저하의 진정한 원인은 서열을 매기려는 평가제도, 주입식 교육 등인 것이다. 따라서 입시 부담 완화로 창의지성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학개혁의 세 번째 필요성은 한국경제의 현 상태와 관련된다. 한국경제는 현재 추격형(follower) 모델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선도자(first mover) 전략으로 이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한국 경제의 인재들이 비판적 사고력, 창의성, 종합능력, 협업능력 등 고차사고력을 가져야 한다. 즉 고차사고력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대학개혁의 네 번째 필요성은 4차 산업혁명 또는 디지털 경제에서 온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인조두뇌와 IoT(Internet of Things)의 연결성 극대화를 통한 인조기계의 등장과 양자의 결합으로 인한 인류 발전의 새로운 전기(singularity)점을 예고하고 있다.1)인류가 인공지능의 노예가 되지 않고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지식 교육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교육내용, 교육방식, 교육구조의 일대 변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대학의 모집정원을 줄이는 문제가 있다. 현재 52만명 선인 대학정원은 6년 이후인 2023년이 되면 40만명 선인 입학자원에 적응해서 줄여야 한다. 현재의 서열화 된 구조 하에서 이러한 조정을 시장에 맡기면 서울에서 먼 순서대로 대학들이 없어질 것이며 그것은 곧 지방경제와 지방문화의 황폐화로 이어질 것이다.
 
고등교육개혁의 핵심으로서 대학체제 개편
 
사방에서 대학개혁이 필요하다는 아우성이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해결하지 못하는 하나의 문제에 봉착해 있다. 왜냐하면 사교육의 팽창, 공교육의 황폐화, 창의적 고차사고력 교육의 부재 등은 대학 서열 체제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새 정부가 대학교육의 국가책임 확대를 모토로 걸고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학”을 공약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공약이 이행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재정지원이 수반될 것이다. 하지만 이 공약이 실천된다면 수도권 사립대학에도 밀리는 지방 국립대학의 교육력이 향상되어 학생들이 굳이 수도권 대학에 가기 위해 피말리는 입시지옥을 겪지 않아도 될 것이다. 입시 압력이 완화되면 고등학교의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 현재 고등교육에서 국가의 책임은 22%의 국립대학교 정원에 국한되어 있는데, 공영형 사립대학 제도가 정착되면 국가의 책임 범위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국립대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학이 서로 결합되어 공유 및 연합체제를 결성하면 대학 간 분업을 통해서 규모의 경제와 시너지를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즉 잘 뽑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에 기반해서 잘 가르치는 경쟁이 정착될 수 있다.

공약 자체는 대학체제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그 내용으로 들어가면 공동선발, 공동교육과정, 공동학위라는 세 가지 구성물이 존재한다. 이 세 가지 중에서 핵심 문제는 입시, 즉 공동선발이다.
 
핵심문제로서의 입시, 공동선발
 
이 공약이 입시에 대해 궁극적 목표로 삼는 것은 입시에서 “진학”으로 대학입시의 관점 자체를 바꾸는 것인 듯하다. 궁극적으로는 대학교에 들어갈 자격만 확인하고 (수학능력시험의 자격고사화), 일정 자격을 통과한 학생들은 누구나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가게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입시가 “진학”제도로 완전히 바뀌기 전에는 입시 제도를 그대로 두어야 하는가? “진학”제도로의 완전한 전환은 단기에 완성되지 않을 것이기에 목표에 도달하는 계단들이 창의적으로 많이 개발되어야 할 것 같다. 그 와중에 대학입시의 공정성 문제와 공교육의 정상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전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수학능력시험만이 공정한 시험제도니까 상대평가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학생부종합이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므로 학생부종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서열화 된 대학체제 하에서는 일정한 타협점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타협점은 궁극적인 목표, 즉 입시에서 진학으로의 변화라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입시제도 단순화”, “수능의 절대평가화”라는 기존 입시 체제를 개선하는 노력을 함과 동시에 실질적인 진학 모델인 “일정 내신 성적 이상이면 무시험 입학”을 허용하는 새로운 전형을 개발하여 추가하는 것을 제안한다. 즉 장기적 시각에서 점진적 개혁 전략을 선택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는 국립대학 네트워크 및 공영형 사립대학 정책과 연동되면 좋겠다.

한편 공동동학위의 경우에도 점진적 개혁전략이 있다. 이는 대학 간 공유전공 개발에서 시작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필자가 재직하는 대학에는 “고전교양학” 전공이 있다. 이는 플라톤의 <국가>, 헤로도토스의 <역사> 등 12권의 고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고전이 12권만으로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각 대학이 각자의 시각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고전은 겹칠 수도 있고, 겹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 동일한 포맷으로 개발하고 강의하며, 심지어는 개방형 온라인 강좌로 만들어 다른 대학과 공유한 후,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전공을 부여할 수 있다. 이때 부여하는 주체는 연합대학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숨은 쟁점: 학사구조에서 교육과정으로
 

이제 마지막으로 이 프로젝트에 숨어 있는 매우 어려운 쟁점을 살펴보자. 대학 외부에서는 잘 모르는 부분이 대학 학부과정(undergraduate course)이다. 대학의 학부교육과정은 교양교육과정과 전공교육과정으로 나뉜다. 대체로 약 1/3 정도의 교양을 듣고, 나머지로 전공1개(심화전공), 또는 복수전공(2~3개의 전공)을 이수하여 졸업한다. 전자는 넓고 얇게, 후자는 좁고 깊게 공부하는 과정이다. 전자는 일반교육(general education)이라 불리고, 후자는 전공(concentration, major)이라고 불린다. 대학 학부교육에서는 이 양자의 균형을 중시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문제가 아니라, 학과 대 학과의 경쟁이 부각되어 있다. 학과 개편도 어려운 대학 사회이다. 그 와중에 교양교육과정은 계속 천대받고 무시되어 왔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 융합교육, 일반교육이 부각되면서 교양교육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2)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즉 교양과정 대 전공과정의 구분을 기초학문 대 응용학문의 구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3)인문학의 위기, 기초학문의 위기라는 문제는 기초학문 전공과 응용학문 전공을 구별하지 않고 학과들을 경쟁시키기 때문에 발생한다. 사실 철학, 역사, 물리학 등 기초학문 전공에 학과 평가의 잣대로 취업률을 제시하면 항상 최하위에 머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기초학문들은 실용성이 없는 학문, 실용학문의 기반이 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학부교육에서 대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즉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은 평가의 기준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기초학문은 취업을 강요하지 말고 교양과정으로 편성하여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 교양과정의 비중을 30%~50%까지 늘리고 교양, 인문, 자연, 사회대학의 통합모델(문리대학)을 개발하며 기초학문에서 융합교육 시작해야 추격형 한국경제모델을 개척자형 한국경제모델로 바꿀 수 있고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있다.4)

따라서 교양교육과정은 많은 사람이 생각하듯이 “전공교육을 위한 기초”라던가, “알아서 나쁘지 않은 모든 지식” 정도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교양교육과정을 내실화하고 확대한 이후 무전공 모집을 확대하고, 학생들의 전공 선택을 자유롭게 하여 교양과정은 보호와 확대, 전공과정은 경쟁체제를 도입함으로써 기초학문을 보호하고, 전공의 유연성, 현실적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공영형 사립대학
 
한국의 대학체제에서 마지막으로 중요한 부분은 국가의 고등교육 책임 강화 문제다. 공영형 사립대학 공약은 철저히 이 철학에서 접근해야 한다. 현행의 국립대학 비중 22%는 세계적으로 낮은 비율이며 국가의 책임 방기라 할 수 있다. 구조조정과 연관해서 접근하는 인식이 불식되어야 한다. 한국에서 사학 팽창은 해방 이후 급속한 발전 과정에서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이 일시적인 현상이 구조화되어 지속되고 있으며 이제 한국 교육의 중요한 병폐로 자리 잡았다.

그렇지만 이제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은 국가의 교육 책임을 상당한 수준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초등학교는 대부분 정부 운영이며, 중, 고등학교의 경우 대부분의 예산을 정부가 지원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사립 중, 고등학교에도 정부가 예산을 모두 지원할 정도다. 이제 고등교육에의 정부책임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 시점에서 공영형 사립대학 공약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된다. 현재 정부가 고등교육을 모두 책임질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점진적 확대 전략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그런데 이 공약은 사립 중, 고등학교처럼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지원하는 재원은 그만큼의 책임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종종 간과되어 온 것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그 동안의 정부가 고등교육 재정을 점차 증가시켜왔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반값등록금” 운동의 결과로 나타난 국가장학금이다. 현재 약 3.9조원 정도 조성되어 있어 대학등록금의 완전한 반이 되기 위해서는 3.1조원 정도가 모자란다. 하지만 이것은 훌륭한 출발인데 문제는 국가장학금을 학생에게 주고, 학생이 대학에 납부함으로써 대학의 쌈짓돈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즉 실질적으로는 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하면서도 사립대학들은 마치 시민들이 직접 낸 것처럼 자기 수입으로 잡는다. 국가장학금의 재원은 대학에 직접 교부하여 국립대학 및 공영형 사립대학의 등록금 수준 자체를 낮추어야 할 것이다.
 
결론
 
대학체제 개혁이라는 주제를 일별해 볼 때 입시제도, 대학재정 등에 있어 정부가 완전히 손 놓고 있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하지만 문제는 방향이 없었다는 점이다. 대학개혁은 우리 나라에서 고등한 지식을 어떻게 생산, 보존, 확산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을 전제한다. 이러한 철학이 전제되지 않으면 임기응변식의 고등교육 정책만이 양산될 것이며 돈은 돈대로 들고 효과는 없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른 대학구조개혁 논의다. 표면적으로는 10만 명 이상의 정원 축소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이를 시장에 맡겨두어서는 고등교육의 붕괴가 일어날 것이라는 점이 현재까지의 합의인데 어떤 기준으로 정원을 감축해야 하느냐는 문제에 대한 합의가 없이 평가에 의해 정원을 줄인다는 전략만 존재했다. 그렇기 때문에 평가기준에 대한 논란이 계속 있었던 것이고 평가기준이 점점 복잡해질 뿐이었다. 여기에도 대학입시에서 발생하는 것과 비슷한 공정성 문제와 교육의 질 개선 문제가 같이 충돌하고 있다. 입학정원을 축소하는 대학구조개혁 정책에 고등교육 개혁의 철학이 반영되어야 하는 이유다. 지금까지는 입학정원을 대학의 수입의 문제로만 보아왔다면 다른 측면 즉 대학교육력 향상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는 것이 새로운 시각에서 도출될 수 있다.

따라서 1) 국가의 교육책임 확대 , 2) 대학의 교육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고등교육과정의 개혁, 3) 서열화폐지를 통한 공교육의 부활 등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대학개혁에 핵심이라고 생각된다.

  • Kurzweil, R(2005), The Singularity is Near (김명남 외, 2007, 특이점이 온다, 김영사)
  • Krueger, D., & Kumar, K. B. (2004). Skill-specific rather than general education: A reason for US–Europe growth differences?. Journal of economic growth, 9(2), 167-207.
  • 손동현(2016). 리버럴아츠 교육, 한국 대학교육의 새 지평?. 한국교양교육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577-591.
  • 또한 대학평가에도 연구와 교육을 나누어야 한다. 학부교육 중심으로 대학 개혁의 초점을 맞추면 대학 개혁을 교육 개혁, 연구 개혁으로 나누고, 전자에서는 유럽형 전공주의 모델에서 미국형 교양주의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양자를 구별하지 않으면 연구중심 대학 위주로 고등교육 개혁을 사고하게 된다. 이는 대중교육이 된 대학교육의 현실에 맞지 않다. 물론 연구 과정 개혁은 또 다른 연구주제로서 대학원 과정의 개편과 연구소와의 결합, 연구재단 문제와 연관된다.
 
File
paper.jpg [81.1 KB] (download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