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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과 정책 제374호_채진원_공화주의와 한국정치의 비전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02-25 12:23:23
  • 조회수 : 172

현안과 정책 제 374호


코로나팬데믹이후 한국자동차산업의 구조개혁

 

​글 / 채진원(경희대학교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정치학))



요 약 문

 

2021년은 1919년 3·1운동에서 기원하는 민주공화국이 건립된 지 102년이 되는 해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 후손들은 ‘민주공화국’의 뜻에 부합하는 나라를 건설했는지를 자문해 보고, 더 좋은 국가를 만들기 위한 방향에 대해 토론하면 좋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이후 국가발전 전략의 부재속에 여러 한계를 보이고 있다. 경제적 양극화의 폐해가 ‘헬조선과 N포세대’란 말과 ‘이대남과 이대녀의 대결’로 연결되어 왜곡된 성(性) 대결과 세대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것들은 ‘남녀, 귀천 및 빈부의 계급이 없고 일체 평등한 대한민국’(1919년 임시헌장 3조)이라는 비전의 거울에 비춰보기도 민망하다. 특히, 정치인들의 분열적, 파당적 행태의 반복은 민주공화국의 정신인 공화주의와도 거리가 멀다. 그 파당적 분열행태의 핵심에는 정치적 양극화를 만드는 시대착오적인 진영논리와 포퓰리즘이 있다. 본 글에서는 공화주의의 개념과 기원을 살펴보고 그것에 기초한 한국정치의 비전에 대해 토론해 보고자 한다. 공화주의는 어떤 이념이나 개념보다는 전쟁속 귀족과 민중간의 계급투쟁과 전우애라는 타협을 통해 설명하는 것이 적실성이 크다.

 

1987년 기준으로 민주화된 지 33년으로 한 세대가 넘어가는 데, 세상을 보는 정치권의 관점은 민주화 이전에 유행했던 이른바 “반독재민주주의론(다수결주의론)”론과 그 연장선인 “민주대 반민주” 혹은 “진보대 보수”라는 진영논리에 그대로 갇혀있다. ‘친일대 반일’로 표현되는 역사논쟁에서 드러난 좌우진영논리와 언행은 퇴행적이다. 민주공화국 건설과 관련해서 민주화 단계가 어느 정도 달성된 만큼, 이제부터는 세계화, 정보화, 후기산업화, 탈냉전화, 탈물질화 등 탈경계의 시대상황에 부합하는 21세기 공화단계로 가는 게 적절하다. 그래서 일제시대, 독재시대, 반공시대에 적절했던 친일대 반일, 친북대 반북, 민주대 반민주, 진보대 보수의 이분법적인 위정척사론과 권선징악론 같은 패러다임의 언행은 더 이상 시대착오적인 논리로 적절하지 않다. 21세기 공화단계에서는 ‘적(enemy)과 동지(friend)의 이분법’이라는 시대착오적 패러다임보다는 경쟁자이면서도 동시에 협력자라는 이중의 정체성(존재론적 이중성)을 중첩되게 갖는 라이벌(rival/adversary)의 모순적 존재로 서로를 대하는 언행이 필요하다. 본 글에서는 공화주의의 개념과 기원을 살펴보고 그것에 기초한 한국정치의 비전에 대해 토론해 보고자 한다.

 

공화주의의 개념과 미국적 기원

공화주의가 무엇이고, 왜 필요한 지에 대해서는 정치학자 비롤리(Maurizio Viroli)에 의해 ‘사랑의 대상’과 ‘적(摘)’의 대상 개념을 통해 체계적으로 설명된다. 비롤리는 저서 《나라사랑론(For Love of Country)》에서 공화주의가 사랑하는 애국심의 대상은 ‘공화국’(republic)이며, 민족주의자가 사랑하는 대상은 ‘민족’(nation)이라고 보았다. 그는 공화주의적 애국심을 “민중(people)의 ‘공동의 자유’를 지탱하는 정치제도들과 생활양식에 대한 사랑”, 즉, 한 마디로 ‘공화국에 대한 사랑’(love of the republic)으로 정의하였다. 반대로 그는 “민중의 문화적·언어적·종족적 하나됨과 동질성을 옹호하거나 강화하려는 ‘민족에 대한 충성’(loyalty to the nation)”을 민족주의로 보고 이것을 “공화국에 대한 사랑”과 구분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공화주의의 적(敵)이 “참주정과 전제정, 억압과 부패”라면, 민족주의의 적(敵)은 “문화적 오염과 이질성, 인종적 비순수성, 사회적·정치적·지적 분열”로 각각 구분된다고 보았다. 

 비롤리는 민족주의가 동질적인 민족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과 ‘배타적 결속’에 대한 헌신을 가리킨다면, 공화주의적 애국주의는 우리 ‘공동의 자유’(common of liberty)를 보장해주는 정치제도들과 삶의 조건을 갖는 나라에 대한 존경과 애정 및 연민의 형태로서 ‘조건적’ 사랑을 뜻한다고 보았다. 비롤리는 공화주의적 애국주의가 ‘조국(patria)’에 대한 사랑이라면, 이때 조국은 “조국 일반”이 아니라 특정한 조국인 공화국(republic)만이 ‘진정한 조국’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공화주의적 애국주의는 종교적, 인종적, 사회적, 문화적 애국심이 아니라 ‘정치적 애국심’이라는 관점에서 샤르(John H. Schaar)와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에 의해 지지되었다. 샤르(Schaar)는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의 텍스트에서 인종과 종교의 편협주의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고, 국가권력의 숭배로부터 애국적인 헌신을 분리하는 공화주의적 애국주의의 엄격한 ‘정치적 정의’를 제안한다. 

 이런 샤르(Schaar)의 아이디어는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에 시민적 미덕개념에서 기원한다. 토크빌은 미국 특유의 공화주의적 애국주의를 타운미팅(마을주민총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생활습속에서 찾은 바 있고, 이런 전통에서 공화주의적 애국주의는 민주적 시민권의 사용을 의미한다. 그것은 시민들이 자신의 사업과 자신의 창조물로 느끼는 공화국에 대한 사랑으로 묘사되면서 참여 민주주의의 실천으로 해석되는 정치적 사랑이다. 

 토크빌은 커뮤니티의 공적 생활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시민이 공화국의 일부라고 느끼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자유로운 시민정신은 ‘정치적 참여’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공화주의적 애국주의는 타운미팅과 같이 마을단위에서부터 주민자치정부를 허용하고 장려하는 공화국에서 참여의 효능감을 통해 자라난다고 보고 있다.

 

한국에서 민족주의와 공화주의의 구별법

일제 식민지 지배와 독립투쟁을 경험한 한국인은 나라사랑의 방법론으로 민족주의(Nationalism)와 공화주의적 애국주의(Republican Patriotism)를 구별하지 않고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둘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첫째, 전자는 우리의 단결과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내부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토론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옹호하고 무조건 충성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후자는 자유로운 법과 제도를 가진 좋은 국가를 만드는 ‘조건적 사랑’이기에, 위대하고 영광스런 행동에 찬사를 보내고 자긍심을 갖기도 하지만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행동과 관련된 내부 문제점에 대해서는 연민을 갖고 차이와 이견을 토론하여 개선점을 찾는 경향이 있다. 

 둘째, 전자는 우리 내부의 단결을 위해 상대국을 혐오하거나 증오하거나 적(敵)으로 삼아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후자는 상대국을 혐오하거나 증오하거나 적(敵)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민주공화국과 같은 인류 보편적인 법과 제도 및 자유와 시민권을 향상시키는 것에 대해 애정과 자긍심을 갖고, 이것을 주변 이웃나라와 함께 공유하고 연대하는 것을 추구하기에 협력적이고 방어적인 경향이 있다. 

 이상과 같이 양자의 차이에 대해서는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애국심은 자기 국민에 대한 사랑을 우선시하는 것이고, 민족주의 또는 국수주의는 다른 나라 국민에 대한 증오를 우선시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공화주의적 애국주의는 자유와 시민권을 보장하는 나라에 대한 소속감을 갖고 시민답게 행동하려는 사랑과 애정의 태도를 갖는다. 하지만 민족주의는 공동체 내부의 배타적 결집을 위해 외부의 적을 만들어 증오감과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우선하기에 내부 시민들의 다양성과 자유를 억압하는 태도를 갖는다.

 전자와 후자의 차이에 기초하여 3.1독립운동의 정신이 드러나 있는 독립선언문과 헌법전문을 읽어보면 민족주의와 공화주의적 애국주의의 차이를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다. 우리 헌법정신의 기원인 3.1 독립선언문은 ‘공화주의적 애국주의’를 잘 설명하고 있다. “…일본의 무도함을 꾸짖으려는 것도 아닙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격려하기에 바쁜 우리는 남을 원망할 겨를이 없습니다. 현재를 꼼꼼히 준비하기에 급한 우리는 묵은 옛일을 응징하고 잘못을 가릴 겨를이 없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오직 자기 건설이 있을 뿐이지, 결코 남을 파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화주의적 애국주의는 우리 헌법 전문에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공화주의적 애국주의는 자유와 권리를 빼앗긴 헐벗은 사람들이 공화국 시민으로서 누리는 공동의 자유를 추구하기에 ‘연민의 공화주의’(patriotism with compassion)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화주의적 애국주의를 조금 더 풍부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키아벨리가 언급했던 것처럼, 지배하고자 하는 계급인 귀족과 지배하기도 지배받기도 싫은 계급인 민중간의 계급투쟁과 타협의 관점에서 특히, 전쟁속에서 형성되는 계급타협인 ‘전우애 관점’에서 탄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 즉, 공화주의는 각 시대마다 전쟁속 계급타협속에서 탄생한 전우애로 무장한 시민전사의 전투적 행동을 통해 자라난 것으로 이해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공화정 국가는 어떻게 탄생하여 성장했는가

역사적 사례로 등장한 공화국들은 전쟁과 계급투쟁속에서 태어난 자유와 시민권의 확대로부터 성장했다. 외침과의 전쟁속에서 귀족과 평민간에 타협과 공존이 만들어 낸 전우애와 ‘갈등의 제도화’없이 발전하고 성장한 공화국은 없다. 그리스, 로마, 프랑스, 스웨덴, 미국이 대표적이다. 그리스의 역사가였던 폴리비우스는 로마 제국의 팽창과 지속은 시민이 참여하는 강력한 시민군과 공화정에 의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로마 평민들에게 전쟁부담을 전가하기 위한 귀족들의 갑질이 있었고, 이에 맞서 기원전 494년 평민 출신 중장보병들의 정치파업인 일명 ‘선상사건’이 일어났다. 로마 귀족들은 분열없이 외침을 함께 막고, 이런 갈등을 타협시키기 위해 호민관제도와 12표법을 만들어 평민들을 입법부와 국정에 참여시키는 로마 공화정을 열었다.

 이런 로마 공화정의 계급타협의 정신은 로마가 제국(empire)으로 성장하여 200년간 유지하도록 하는 밑바탕이 되었고, 이것은 현대 민주공화정의 기원과 함께 제국(empire)의 원형이 되었다. 제국주의(imperialism)와 다른 ‘제국’(empire)은 시민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공화정의 연장선상에 있는 연방공화국 같은 국가 이미지를 상징한다. ‘제국’은 지방정부의 자치성과 자율성을 인정하는 보편적인 시민권이 지켜지는 합법적인 나라를 상징한다. 하지만 ‘제국주의’는 제국과 반대로 지방정부의 자율성이나 타국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불법적이고 침략적인 나라를 상징한다. 

 다시 말해서 기원전 494년 정치적 권리를 요구하는 로마 평민들의 항의로부터 비롯한 ‘성산사건’에서 평민들의 협조가 필요했던 귀족들은 양보했고, 평민들의 집회인 평민회의 조직과 평민의 권익을 옹호해 줄 호민관 곧 트리뷴(tribune)의 선출을 허용했다. 이어서 기원전 449년에는 12표법이 작성되어 법률의 성문화가 이루어졌는데, 이로써 귀족의 자의적인 재판으로부터 평민들의 억울한 피해를 완화할 수 있었다. 또한 기원전 376년에 제정된 리키니우스-섹스티우스법은 집정관 중 1인을 평민으로부터 선출했으며 대지주들의 토지소유의 상한선을 설정했다. 또한 기원전 287년의 호르텐시우스법은 관직을 평민에게 개방했으며 평민회의 자율적인 결정권을 인정하고 원로원에 평민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프랑스의 공화정 혁명을 지키기 위해 나선 나폴레옹은 주변국의 반혁명 공세속 혁명전쟁을 승리하기 위해 평민들에게 시민권을 주고, 시민들에게서 나오는 자발적 소속감과 애국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최초로 “국민개병제”를 실시하여 주변국의 애국심없는 용병군대들을 “국민군대의 총력전”으로 무찔렀다. 

 조선의 이순신과 유성룡도 임진왜란 때 시민권이 없는 천민들과 상민들이 소속감과 애국심없이 일본군대에 투항하는 것을 보면서, 일본군에 맞서는 데 공이 있는 천민들의 신분을 면해주는 면천법과 능력있는 수군들을 지휘관으로 선발하기 위한 독자적인 과거제를 실시하였다. 이런 그들의 조치는 민중의 시민권을 확대하는 조치였다. 스웨덴의 자본가와 노동자들은 소련 사회주의와 독일 나찌주의의 체제위협과 내부 분열의 위기에 맞서 노사정 대타협을 강조하는 사민당 지도자인 비그포르스의 노선을 수용하였다. 

스웨덴 노사정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연대임금제”와 “임금노동자기금안”에 타협하면서 소련과 독일에의 복속없이 독립적인 제3의 길인 복지국가로 나아갔다. 소련과 독일에 맞서 제3의 길을 추구했던 스웨덴 시민들의 애국심은 자발적인 군대참여 뿐만 아니라 자발적인 복지세금의 인상으로 이어졌다. 

 미국은 세계 최초로 연방공화국을 창설했지만 내부에 인종차별적인 흑백갈등은 여전히 존재했다. 남북전쟁의 결과로 흑인노예가 해방되었지만 군대 내무반을 각각 따로 사용하는 흑백분리의 차별은 1896년 합헌으로 유지되면서 계속되었다. 하지만 1차, 2차 대전에 참전한 미국이 연합국으로부터 해외파병을 요청받았고, 여기에 미국의 흑인병사가 참가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미국 투르먼 대통령과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전투력 상승을 위해 내무반의 흑백분리를 시민권 차별로 인식하고 이를 금지하였다. 마침내 미국의 흑백군인은 이런 차별을 극복하고 높아진 전우애를 바탕으로 양차대전에서 승리했다. 이런 전우애의 경험은 마침내 1954년 흑백분리를 차별로 인정한 합헌판결을 위헌으로 바꿔냈다.

 또한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은 《스웨덴: 더 미들웨이》를 쓴 마르퀴즈 차일드의 도움아래 노사정 대타협에 돌입한 스웨덴의 제3의 길 노선을 수용하여 1929년 발생한 대공황속에서 노사의 타협을 돕는 뉴딜정책을 수립하여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는 노사정이 타협한 뉴딜정책을 통해 연방공화국인 미국을 대공황의 위기에서 구했다.

 

미·중 패권경쟁속 ‘제2의 한국전쟁’ 막으려면

이상의 사례처럼, 공화주의는 어떤 이념이나 개념보다는 전쟁속 계급타협인 전우애를 통해 설명하는 것이 적실성이 크다. 한국은 분단위협과 미·중 강대국들의 패권전쟁의 위협속에 놓여있다. 이에 한반도에서 미·중 강대국의 대리전쟁으로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불확실성속에서 한반도가 미국의 아시아지역방위선에서 제외되는 ‘애치슨라인(Acheson line)’이 다시 부활한다면, ‘제2의 한국전쟁’과 같은 위기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애치슨라인은 1950년 1월 12일 미국 국무장관 애치슨이 전미국신문기자협회에서 행한 ‘아시아에서의 위기’라는 연설에서 밝힌 개념으로, 미국의 방위선을 알류샨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연결하는 선으로 정하고, 방위선 밖의 한국과 타이완[臺灣] 등의 안보와 관련된 군사적 공격에 대해 보장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6·25전쟁의 발발을 묵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만약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난다면 한국의 상위소득 10% 내외의 상층자본가와 상층노동자들의 타격은 매우 클 것이다. 평상시 상층자본가와 상층노동자들이 노동시장의 이중성에 따라 임금과 복지차별이 심한 비정규직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들에게 시민권을 보장하고 타협하여 신뢰를 조성해 놓지 않는다면, 유사시 상위소득 10%의 재산이 지켜질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다. 

 이른바, 헬조선의 흙수저 자식이라고 자조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여성노동자들을 계속해서 차별하게 된다면 유사시 전투력과 애국심을 발휘하지 않고, 외국 군대에 투항할 수도 있다. 이에 우리는 애국심 대오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탈을 막고, 시민들의 인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스웨덴의 노사정이 타협했던 것처럼 우선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연대임금제”부터 실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공화주의를 한국정치의 비전으로 제시하는 이유는 그동안 대안으로 상정되었던 자유주의와 자유지상주의 및 다원주의가 전환기적 시대상황속에서 사회이익을 더욱 파편화시킴으로써 국민통합과 국가통합에 더 많은 한계를 노정시키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공화주의에 기초한 한국정치의 비전에 대해 제언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개병제로 국방개혁을 실현해야 한다. 국민개병제는 미중패권전쟁을 막아내고 한반도에서 전쟁발생시 승리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현행 ‘국가징병제’에서 ‘국민개병제’로의 전환을 통해 국가혁신과 애국심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독자적인 문명교류국가의 정체성으로 ‘아시아 방파제론’을 실천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줄서기 강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국이 ‘동아시아 방파제’ 역할을 함으로써 중국에는 한반도가 미국의 중국진출 통로가 되지 않을 것임을, 그리고 미국과 일본에는 한미일 동맹의 전력자산을 방어하는 아시아의 방패제가 될 것임을 설득해야 한다. 

 셋째, 경제개혁과 관련해서는 스웨덴식 제3의길(노사정 대타협, 산업평화와 기업민주주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연대임금제)과 함께 민주적인 종업원지주회사 활성화, 연기금 주주권 행사 강화 등을 실현해야 한다. 넷째, 정치개혁과 관련해서는 주민자치에 기초한 연방제, 시민참여형 네트워크정당으로 정당개혁, 의원자율성과 숙의성 제고로 국회개혁, 국민참여경선제 법제화, 양원제 개헌 등을 실천해야 한다. 다섯째, 사회교육개혁과 관련해서는 제3섹타 영역(자선단체, 봉사단체, 주창단체,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의 활성화, 공화시민교육(진로체험교육, 현장체험학습) 등을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