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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미래] 캔자스 vs 캘리포니아_새전북신문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08-19 12:07:27
  • 조회수 : 1811

최근 한 경제신문에서 아서 래퍼(Arthur Laffer) 전 시카고대학 교수를 인터뷰한 기사를 실었다. 그는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을 줄이고 시장의 자율이 확대돼야한다”며 “세율은 낮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그는 세율과 세수의 관계를 나타낸 래퍼곡선의 창안자로 유명하다. 래퍼곡선의 논리는 간단하다. 세율이 0%일 때 세수는 당연히 0이다. 그런데 세율이 100%일 때도 세수는 0이다. 고생해서 돈을 벌어봤자 아무 소용이 없으니 아무도 일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율이 0%에서 점차 증가해서 100%에 이르는 과정에서 세수는 처음에는 증가하다가 나중에는 감소하는 종 모양의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곡선의 정점을 지나면 세율의 증가가 오히려 세수의 감소를 초래하고, 역으로 감세는 세수증대를 가져온다. 감세론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논리다.  

 

이러한 논리의 현실적합성을 검증하기에 딱 좋은 정책실험이 최근에 미국에서 행해졌다. 캔자스 주정부와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지난 3년 동안 매우 대조적인 정책을 시행하였다. 캔자스의 경우는 개인소득세를 대폭 낮추고 개인사업자의 세금을 전면 폐지하는 등 감세에 의한 경제 활성화를 도모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는 증세를 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했으며, 교육과 인프라 투자 등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여 경제를 활성화시키고자 했다. 상반된 정책실험의 결과는 캔자스의 완패, 캘리포니아의 완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래퍼곡선의 허구성이 입증된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캔자스 주의 세수는 무려 11%나 감소했다. 미국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세에 있기 때문에 감세정책을 펴지 않았으면 상당한 세수증가가 있었을 터임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충격적인 세수급감이다. 세수는 내려갔다 하더라도, 과연 감세정책이 경제 활성화로 이어졌을까? 공화당 소속 브라운백 주지사는 감세정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선전하기 좋아하지만, 캔자스 주의 일자리 증가는 사실 매우 부진하다. 2011년 초부터 2014년 전반기까지 캔자스 주의 고용증가는 미국 전체 평균인 6.1%에 훨씬 못 미치는 3.5%에 불과했다. 콜로라도(9.2%), 오클라호마(6.5%), 아이오와(5.0%) 미주리(4.1%) 등 인접 주들에 비해서도 저조한 성적이다. 브라운백 주지사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주장하지만, 일자리 통계는 그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으며 유권자들은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반면 캘리포니아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부동산 거품이 심했던 탓에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타 주에 비해 몹시 심했고, 이로 인해 주정부의 재정이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민주당 소속 브라운 주지사의 증세정책은 공화당의 반대에 가로막혔고, 캘리포니아는 재정위기에 빠졌다. 결국 유권자들은 민주당에게 주의회의 압도적 다수를 안겨주었고, 2012년에 증세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공화당과 보수파 경제학자들이 “경제적 자살”이라며 반대했던 증세는 이후 캘리포니아의 경제회복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위기는 간데없고 재정흑자가 자리했다. 지난 1년 반 사이에 일자리 증가는 3.6%로 전국평균 2.8%를 크게 상회했다.

 

감세로 경제를 활성화시켜 세수를 증대시킨다는 래퍼의 주장은 현실성이 전혀 없는 주장이다. 논리적으로는 그럴싸하지만 실제로 세율과 세수가 반대로 움직이는 것은 세율이 80~90%에 이르러야 한다. 현실경제와는 관계없는 얘기다. 과거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나 부시 대통령,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등도 감세정책을 실행했는데 예외 없이 세수감소와 재정적자 확대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엉터리 이론을 신봉하는 정치인과 학자들이 사라지지 않는 까닭은 그것이 기득권에 봉사하는 이론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분배나 공공영역을 최소화하고 시장을 극대화하자는 것은 가진 자들의 이데올로기다.

 

래퍼를 비롯하여 기득권을 옹호하는 정치인, 학자, 언론인들은 아직도 흘러간 신자유주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공공영역과 재분배를 축소하면 기득권자들에겐 유리하겠지만 경제전체는 침체하고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캔자스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캘리포니아의 성공을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사장

 

2014년 08월 18일 (월) 새전북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