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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대기업들, 정신 차려라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10-15 16:33:08
  • 조회수 : 1622
한겨레신문 [세상읽기] 적은 돈을 버는 데는 꼼수도 통하고 속임수도 통할 수가 있다. 그러나 대기업은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 목전의 이익만 좇다 보면 소비자의 신뢰를 잃고 스스로의 존립기반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자사 휴대전화의 품질보증기간을 국내에서는 1년으로, 해외에서는 2년으로 설정한 것을 두고 역차별 논란이 거세다. 삼성전자 쪽은 정부규제의 차이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경쟁사인 애플과 달리 제품보증기간이 2년임을 내세워 마케팅을 하고 있으니 법규 문제가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을 ‘잡힌 고기’ 취급하는 태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역차별의 아이콘처럼 되어버린 현대자동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심각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긴장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수출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위한 도움닫기 발판이 되어준 국내 소비자들의 충성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잠깐, 삼성전자의 주장에 의하면 한국보다 외국이 규제가 심하다는 것인가? 그렇다. 걸핏하면 한국은 규제가 많아서 사업하기 힘들다고, 규제완화만 하면 경제가 굉장히 활성화된다고들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소비자, 노동자, 채무자 등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는 대체로 선진국일수록 강하다. 이런 규제들이 기업을 못살게 굴고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적절한 규제는, 경제적 약자를 착취해서 이익을 얻는 손쉽지만 사회적으로 나쁜 방법이 아니라, 혁신을 통한 진짜 경쟁력의 향상을 기업들에 요구한다. 소비자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어 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유지하여 내수 기반을 키워나갈 수 있게 해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는 재벌대기업들도 관심을 가지고 잘 발전시켜야 할 제도다. 2006년 고유업종제도가 폐지된 뒤 재벌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이 개척하여 수십년간 일구어온 전통제조업뿐만 아니라 음식·숙박·소매 등 단순노동투입 중심의 생계형 서비스업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이들은 약탈적 가격설정, 과도한 판촉행위 및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중소기업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였고,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다. 더이상 이래선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에 입각해서 2010년 말 동반성장위원회가 꾸려졌고, 2011년에 적합업종제도가 도입되었다. 정부 주도의 규제가 아닌 민간 차원의 자발적 합의를 통해 대·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 조성과 사회적 규범 형성을 도모하는 제도다. 현재까지 총 100개의 업종·품목이 적합업종으로 선정되었는데, 올해 3년 기한이 만료됨에 따라 재합의를 앞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이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것이 지난 7월 전경련이 내놓은 “중기적합업종제도 분석 결과”였다. 연구용역 결과 적합업종제도가 중소기업 성장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경쟁력 제고 효과도 미흡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만하자는 얘기였다. 그런데 전경련의 분석은 알고 보니 속이 빤히 보이는 꼼수였다. 적합업종을 영위하는 영세한 중소기업을 업종이 전혀 다르고 규모도 큰 중소기업들과 비교한 것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비만환자들과 정상인들을 비교하고 나서 운동요법이 별 소용이 없다고 하면 말이 될까? 이후 중소기업연구원과 경제개혁연구소가 좀더 적절한 비교집단을 선정해서 분석한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한국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이 되지 않고 계속해서 잘나가는 길은 없다는 것을 재벌대기업들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사장 

 

한겨레신문 등록 : 2014.10.13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