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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 갚으면 탕감” 빚 족쇄 끊는 ‘주빌리 은행’ 떴다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5-08-28 15:33:20
  • 조회수 : 1916

한겨레신문  2015-08-27 19:49 수정:2015-08-27 22:10

‘주빌리은행’ 공동은행장인 이재명 성남시장(왼쪽 다섯째),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왼쪽 넷째)와 이사진이 27일 오전 서울시청 안 시민청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주빌리은행’ 공동은행장인 이재명 성남시장(왼쪽 다섯째),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왼쪽 넷째)와 이사진이 27일 오전 서울시청 안 시민청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빚으로 고통받고 계시나요? 원금의 7%만 갚으세요.’ 

 

 

장기 연체자들의 채무를 탕감해주는 ‘주빌리은행’이 27일 공식 출범했다. 이 은행의 공동행장인 이재명 성남시장과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날 서울시청사 시민청에서 주빌리은행 출범식을 열어, “채무자들의 빚을 탕감해줘 그들의 존엄한 삶을 지키는 착한 금융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주빌리은행은 장기 연체된 부실채권을 사들여 채무자들의 빚을 탕감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주축이 돼 설립했다. 은행법에 근거해 설립된 통상적인 은행은 아니다. 주빌리은행은 2012년 미국에서 벌어진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 프로젝트’를 차용했다. 당시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시민의 기부를 받아 장기 연체자의 부실채권을 매입했다. 이날 현재 이를 통해 소각된 채권 규모는 3200만달러(약 380억원)에 이른다. 주빌리는 신에게 잘못을 고백하고 다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하는 기간을 일컫는 말로, 일정 기간마다 죄를 용서하는 가톨릭 전통에서 유래했다.

 

 

국내에서 금융기관과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 연체한 채무 취약 계층은 350만명가량(2013년 8월 기준. 금융연구원 자료)이다. 이 가운데 114만명은 사실상 부채상환이 불가능한 장기 연체자로 추정된다. 그동안 금융기관들은 돈을 빌려주고 오랫동안 갚지 못하면 채권을 손실로 처리하고 대부업체에 원금의 1~10% 수준의 헐값에 넘겨왔다. 부실채권을 싼값에 사들인 대부업체들은 이를 받아내려 혹독하게 채무자들을 추심해왔다.

 

 

주빌리은행은 이런 장기 연체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부실채권을 시장에서 원금의 5%로 사들여, 채무자에게 원금의 7%만 갚으면 빚을 탕감해줄 계획이다. 매입비용은 기부금과 채무자들이 낸 상환금 등으로 조달한다. 상환 능력이 전혀 없는 채무자들은 아예 상환 없이 빚을 탕감받을 수도 있다.

 

 

앞서 사단법인 희망살림은 빚탕감 운동을 벌였다. 희망살림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이후 올해 1월까지 대부업체 기부 등으로 모두 51억여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소각했고, 이로 인해 약 800명이 빚에서 벗어났다. 주빌리은행 출범 당일인 이날도 추가로 50억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소각해 채무자 2000여명이 빚 부담을 덜게 됐다. 제윤경 주빌리은행 상임이사는 “그동안은 일일이 대부업체를 찾아 부실채권 기부를 요청해왔다. 앞으로는 부실채권을 직접 매입해 더 적극적으로 빚탕감 운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채무자들이 직접 자신의 빚을 해결해달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부실채권 시장에서 특정인의 채무를 선택적으로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채권을 매입한 뒤, 빚이 탕감되는 사람에게 이를 알리는 식이다. 대신에 채무자들은 희망살림과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서 채무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재명 시장은 “주빌리은행이 민간에서 시작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예산으로 서민의 빚을 탕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빌리은행(strikedebt.kr, 070-8785-6127)에 정기후원을 문의하거나, 후원계좌(우리은행 1005-702-801553, 예금주 롤링주빌리)로 후원금을 보내는 방식으로 부실채권 매입을 도울 수 있다고 은행 쪽은 밝혔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

 

http://www.hani.co.kr/arti/economy/finance/70631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