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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유종일 원장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3-08-23 19:25:48
  • 조회수 : 2111

[유인경이 만난사람] 유종일 “갑질 삽질 돈질의 ‘3질’ 극복해야 창조경제 성공”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유종일 지식협동조합 ‘좋은 나라’ 원장

경제학자 유종일 KDI 교수가 지난 18일 출범한 ‘지식협동조합 좋은 나라’의 원장으로 취임했다. 농협, 신협, 생협은 들어봤어도 지협이라니…. 채소를 공동구매하듯 지식도 공동구매하라는 뜻인가. 지난해 말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뒤 비온 뒤에 죽순 솟아나듯 많은 협동조합이 생겨나고 있어 협동조합의 실체도 궁금했다. 유 교수는 본래 상아탑에만 갇혀 있을 사람이 아니다. 신문에 칼럼을 쓰고, 제도권 정당과의 정책 공동연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TV 토론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내비치는 등 폭넓은 활동을 해왔다. 행동하는 지식인의 길을 걷고 있는 그가 새롭게 들고나온 지식협동조합에도 분명 메시지가 있을 터였다.

세계 최초의 지식협동조합을 표방했다. 왜 협동조합인가

“처음부터 협동조합은 아니었다. 본격적인 연구기관의 필요성을 느껴 형태를 고민하다가 협동조합으로 정해진 거다. 지난 대선의 영향도 컸다. 대선 기간 중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오픈하면서 각 후보에게 선거공약을 올리라고 했는데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후보들이 공약 준비가 안 돼 있었다. 유력 정당의 후보들인데도 말이다. 선거 6개월 전에 정확한 공약이 만들어지고, 그 공약을 제대로 실천할 예산 계획까지 나와야 한다. 누구를 뽑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선거를 통해 다양한 의견과 정책이 공론화되어 정말 국민을 위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정치란 좋은 정책을 만들어 국민에게 진정한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정책 연구에 참여했던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협동조합을 공부하다보니 협동조합이야말로 국가와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대안이란 판단이 섰다.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는 ‘지식과 문화의 생산과 공유 및 확산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협동조합’으로, 공동체를 위한 종합적인 싱크탱크 기능과 다양한 지식 관련 경제사업을 수행할 것이다.”


우리나라엔 인재도 많고, 박사도 수두룩하고 기관이나 기업의 연구개발, 인구당 연구원 수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왜 노벨상 하나 안 나오고 획기적 이론이나 정책이 안 나올까.

“제도와 거버넌스 문제다. 정말 깊이 있고 중요한 연구, 제대로 된 해결방안을 내놓는 연구를 할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 싱크탱크가 정부 산하에 있으면 정부 입맛에 맞게 내용을 마사지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싱크탱크는 재벌의 이익과 관련한 연구를 하거나 기업을 대변한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 한다고 하는데 너무 거기에 끌려가면 정부 비위에 맞춰 특허 건수 위주의 연구만 하게 된다. 싱크탱크가 독립성을 확보하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남에게 손 벌리는 것은 독립성을 유지할 수 없다. 후원금도 마찬가지다. 물론 권력과 돈의 힘에서 벗어난 단체도 있지만 규모가 너무 영세해서 사회의 주류 담론을 이끌 힘이 없다. 그래서 지식을 협동 공유하면서, 1인1표로 가장 민주적이면서도 효율적인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기로 했다.”

그 똑똑하고 개성 강한 지식인들이 협동조합 형태에 다들 찬성했나.

“많은 검토와 토의를 거쳤다. 아직은 그저 순진한 교수들이 모여 꿈꾸는 단계이고 협동조합에 관해 공부하는 중이다. 2012년이 세계협동조합의 해였고, 2013년 들어 협동조합법이 시행되어 조합 설립이 쉬워져서인지 상반기에만 500~600개 만들어졌다. 협동조합에 그만큼 관심과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그동안 국가와 시장에 실망한 이들에게 정말 좋은 사회, 삶의 질이 높아진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의미있는 실험을 하는 중이다.”

뜻도 좋지만 조합원을 생각하면 돈도 벌어야 할 텐데 유종일 교수를 비롯한 참여 인사들 면면이 대부분 진보 쪽이면 국가나 대기업에서 과연 프로젝트를 맡길까.

“진보성향의 학자들이 많이 모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진영 논리로 편갈라 상호 비방하는 것이 싫어서 이런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나는 지난 대선 때 반값등록금 토론회를 비롯해 수시로 반값등록금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이 너무 많고, 등록금은 급식이나 보육비에 비해 엄청난 예산이 드는데 기계적으로 시행하면 안 된다, 반값등록금 이전에 불량 대학부터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진보진영에서마저 아무도 내 논리의 근거를 따지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무조건 반대만 했다. 우리는 기업들을 상대로 컨설팅도 할 거다. 기업이 건강하게 발전해야 일자리도 늘어나지 않겠는가. 또 정책의 수요자는 정당과 정부다. 정책 연구용역도 하고, 연구 관련 사업 및 컨설팅 교육과 다양한 교육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기업이나 시민들에게 유익하고 수준 높은 교양과 교육을 전하려고 한다. 또 혁신적·창조적 지식 관련 사업도 펼칠 예정이다.”

창립 멤버가 113명이던데 주변 반응은 어떤가.

“조합원들이 약간 신나 있는 상태다. 가입 문의도 많고 신청자도 늘고 있다. 큰 생각 없이 좋은 정책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는데 호응도 좋고 돈도 벌 수 있을 것 같아 좀 들떠 있다. 조합원은 정책연구 중심의 연구자, 이용자 중심의 일반 조합원으로 나뉜다. 연구자 조합원은 기존 조합원의 추천을 받는다. 각자 돈을 내서 운영하고 있다. 혈서를 쓰려면 자기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내야지, 남의 손가락을 물어 남의 피로 쓰지 말자는 것이 우리 초심이다.”

지식협동조합이지 지식인협동조합은 아니지만, 요즘 지식인에 대해 의문이 많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찾아가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지식인, 불의에 저항하고 비판하던 지식인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너무 드물다.

“비판적 지성인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사적인 안위와 영달을 탐하지 않고 진리를 탐구하고 뭔가 남들보다 앞서가며 사회를 위해 바른 말을 하던 지성인들이 여러 분야에서 사라졌다. 그건 지식인이 기능인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권력과 자본의 문제다. 최근의 원전 비리만 해도 그렇다. 원자력이 국가 발전과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보다 원전 마피아 등이 담합해 사익을 챙겨서 일어난 일이다. 지식인의 독립성과 진리와 사회를 위한 소명의식이 희박해지는 것에는 우리 시스템의 문제도 크다. 연구원이나 교수들을 그저 논문 편수로만 평가해 논문 만드는 기능인으로 만들어버린다. 정말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분야에 대한 진리를 탐구하고 그 문제에 발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난 나 자신을 ‘공공 지식인’(Public Intelligence)이라고 규정한다. 내가 흥미를 갖고 열정을 다한 연구가 국민들과 공유되어 삶의 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젊은 연구자들에게도 공공 지식인으로 성장할 놀이터를 만들어주고자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대중들과 지식인이 너무 괴리된 것도 사실이다. 대중들은 경제학자의 전문용어로 가득찬 논문이나 칼럼보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주장에 더 친근감을 느끼고, 정치평론가나 정치인들의 난해한 담론보다 나꼼수의 <닥치고 정치>에 더 열광한다.

“지식의 풍토가 바뀌지 않았나. SNS가 만든 신인류들은 논문과 신문이 아니라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얻는다. 물론 대중의 정보에 대한 해석, 말초적 소비도 문제이지만 우리 지식인들이 대중에게 쉽게 접근하려는 노력 부족 탓도 있다. 당사자와 심사위원만 본다는 연구논문으로 교수 평점만 쌓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블로그, 칼럼 등을 통해 대중에게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중지에 수시로 알기쉽게 칼럼을 써 소통하는 폴 크루그먼 교수가 좋은 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자료를 살펴보니 수년 전부터 조세피난처 문제를 제기했다. 예언을 한 것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을 때 국제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알았다. 우리가 그토록 선진모델로 삼았던 미국 월가의 신화가 무너졌다. 당시 개혁의 어젠다로 거론된 것이 조세피난처였다. 또 박근혜 후보 덕분에 관심이 더 커졌다. 지하경제 활성화를 주장했는데. 복지국가 한다면서 세금을 덜 걷겠다고 하니 복지재원 마련을 어찌할 것인지 궁금했다. 증세 없는 복지는 사기다. 조세정의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무럽 ‘조세정의 네트워크’에서 보고서가 나왔는데 러시아와 중국에 이어 한국이 조세피난처에 가장 많이 돈을 감춰둔 3위 국가로 밝혀졌다. 조세정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강조한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대표주자인데 요즘 경제민주화가 쑥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까지 창조경제를 열 번 언급할 때 경제민주화는 한 번 언급했다고 하지만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경제민주화는 하루 아침에 될 일이 아니다. 법과 정책만이 아니라 관행과 의식까지 바뀌어야 한다. 지금 갑·을관계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지만 하루 아침에 바뀌겠나. 국가 주도 산업화와 직선제 민주주의가 시작된 소위 ‘87년 체제’도 각각 25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경제민주화의 시대도 이제 막 역사적 장이 열렸을 뿐이다. 누가 정권을 잡아도 쉽지 않다. 민주화란 원래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을들의 반란도 경제민주화의 과정이다. 사실 창조경제가 잘 되려면 경제민주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는 것이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 김정은의 마음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래도 경제학자이니 창조경제란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창조경제가 스크린골프나 가수 싸이로 대변되는데, 그건 아니다. 창조란 각자의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 나오는 것이지 쉽게 돈버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너무 개입하면 절대 창조경제가 성공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3질이 지배한다. 권력으로 누르는 ‘갑질’, 토건·원전 등 정경유착의 ‘삽질’, 부동산투기 등의 ‘돈질’이 그것이다. 이렇게 3질로 쉽게 큰 돈을 버는데 누가 어렵게 창조경제하려 하겠는가. 창조경제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것이어서 실패할 위험이 크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존경받는 학자로 편히 잘 살 수도 있는데 왜 직장인 KDI에서도 탄압을 받고 민주당에서도 실컷 경제정책 과외교사만 하고 이번엔 또 협동조합인가. 애국심이 강해서인가, 워낙 피가 뜨거워서인가.
“며칠 전에도 사무실에서 자정이 넘도록 일을 했다. 지하철 막차를 탔는데 우리 동네인 반포역은 마감되어 동작역에서 내려야 했다. 새벽 1시에 고가와 지하도, 한강 주변을 걸어오다가 문득 ‘대체 누가 시킨다고 이런 일을 하나’란 생각이 들더라. 직업이 없는 것도 아니고, 명예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좋아서, 내가 신나서 하는 일이다. 특히 내 전공인 경제학이 실존과 실체적 학문이어서 그게 대중들에게 이익이 되면 넓은 의미의 정치이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난 우리 아이들이나 청년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한다. ‘어른들 말 듣지 말고, 자신의 길은 스스로 찾아라. 말초적 기쁨이나 세속적 가치가 아닌 진정한 기쁨을 찾아라’고. 난 학창 시절에 서빙고 보안대 대공분실에도 끌려갔지만, 내가 좋아서 선택한 일 때문에 당한 업이라 억울하지는 않았다. 지금도 험한 길일 수도 있지만 결국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뭘 기대하거나 보상심리도 없다.”


경제분야엔 무식무지한 내게 유종일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원장은 참 쉽고 친근하게 협동조합과 현 경제문제를 설명해줬다. 물론 유 원장은 원장으로서의 역할도 잊지 않았다. 인터뷰 말미에 협동조합 팸플릿을 보여주며 후원자 가입 서류도 슬며시 내밀었다. 후원자가 되면 유 원장에게 개인교습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살짝 들었다.

 

 

 

아주경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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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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